'정권의 전리품' 된 사외이사…"CEO 감시는커녕 방패막이 역할"

입력 2023-03-19 18:14   수정 2023-03-20 08:58


‘권력의 전리품.’ 사외이사를 비판할 때 나오는 대표적인 수식어다. 특히 소유분산기업, 공기업처럼 오너십이 없는 기업에서 이 같은 모습이 두드러진다. 전문성보다 권력과의 친소관계가 사외이사의 선발 기준이 되면서 경영진을 견제 및 감시하는 게 아니라 방패막이 역할을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권 입김 높은 KT 이사회
차기 최고경영자(CEO) 선정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KT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외풍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사외이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선거 캠프에 몸담았던 사람이나 같은 진영 정부 시절 전직 관료가 사외이사로 임명된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KT는 2002년 민영화와 함께 이사회 중심 경영에 나섰다. 이사회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사외이사가 이사회 다수(사내이사 최대 3인, 사외이사 최대 8인)를 차지하도록 했다. 하지만 민영화 이후에도 대표이사는 물론 사외이사도 정부 영향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 1월 사외이사에서 물러난 이강철 전 이사는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을 거쳐 대통령 정무특보를 맡았다. 현직인 김대유 이사는 노무현 정부에서 경제정책수석과 통계청장을, 유희열 이사는 김대중 정부 때 과학기술부 차관을 지낸 데 이어 노무현 정부에서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원장을 맡았다. 세 명 모두 황창규 전 회장 시절 선임됐다. 황 전 회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 KT 회장을 맡아 ‘친박’ 꼬리표가 붙어 있었다. 문재인 정부로 정권이 바뀌면서 정무적으로 이들을 채용했다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이들은 구현모 대표 취임 이후 모두 연임에 성공했다.

업계에선 KT가 정권과 교감하는 ‘코드형 사외이사’를 선임해 경영진의 방패막이로 활용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통령실과 여권이 구 대표 연임에 잇따라 제동을 건 이유도 구 대표가 전 정권 인사들이 주도하는 이사회를 통해 ‘셀프 연임’하려 한다는 인식 때문으로 알려졌다.
정권 논공행상 자리 된 사외이사
‘코드형 인사’가 KT 이사회의 일부를 차지하는 일은 2002년 민영화 이후 꾸준히 이어졌다. 2014~2018년 재임한 송도균 전 이사는 이명박 정부에서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다. 규제 당국에서 KT 이사회로 직행해 당시 논란이 일었다. 최근 사외이사 후보로 내정됐다가 자진 사퇴한 임승태 법무법인 화우 고문은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캠프에서 상임경제특보로 활약했다.

정부 규제가 사업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통신업 특성상 이들이 당국과의 소통에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CEO 선임 등 지배구조에 개입할 여지를 주는 게 사실이다.

작년 12월 구 대표 연임이 결정된 이후 지난달 낙마에 이르기까지 사외이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사외이사들이 적극적으로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나 정부와 소통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얘기다.
공기업도 ‘낙하산’ 만연
정부의 직접적인 입김을 받는 공기업에서도 정치인 출신이 사외이사로 임명되는 일이 잦다. 한국전력기술은 작년 9월 나기보 전 경북도의원에 이어 지난 1월에는 이수경 전 경북도의원을 사외이사로 잇따라 선임했다. 둘 다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이다. 지난달 취임한 윤상일 상임감사는 새누리당 소속으로 18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작년 11월 윤위영 전 영덕군청 부군수와 이상효 전 경북도의회 의장을 사외이사로 임명했다. 윤 이사는 작년 6월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상주시장 예비후보에 출마했다. 이 이사는 경북도의회에서 4선 의원을 지냈다. 한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는 “캠프 출신이나 선거에서 낙선한 정치인을 보은 차원에서 사외이사에 임명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사외이사가 거꾸로 공기업 운영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해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이승우/김소현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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